2011/01/06 20:21

John Legend & The Roots, Wake Up 감상보고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 John Legend & The Roots, Wake Up (2010)>
존 레전드랑 더 루츠가 함께 한다고?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뮤지션들 세계에서도 통하나보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더 루츠(The Roots) 존  레전드(John Legend)도 음악적 성향이 비슷해서라기보단, 한 동네 살다보니 친해졌고, 친하다보니 음악도 같이 하게 된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거 참 쿨한 것 같다. "나 왔어." "어, 나 어젯밤에 뭐 만들어놓은거 있는데. 들어봐." "오, 죽인다. 나한테 주면 안돼?" "안돼. 나 쓸거야." "그러지 말고 나 주라." "절대 안돼." "그럼 나랑 같이 앨범 할래?" 한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 외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함께 공연한 경험 역시 이들이 사상적으로 같은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고 하니, 생각했던 것 보다 이들의 결속력은 강한 것이었나보다.

Of John Legend, By John Legend, For John Legend!

그들의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존 레전드와 더 루츠의 이번 앨범 Wake Up!은 잘 만들어진 소울 앨범이다. 어쩌면 힙합 밴드로서, 그리고 소울 싱어로서 각자 탄탄한 입지를 거둔 더 루츠와 존 레전드가 만나서 앨범을 꾸민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들의 팬들에겐 '당연히 좋은 앨범이 나오겠구나'라는 기대 심리를 갖게하는 일종의 '보증 수표'가 되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여 그들이 꽤나 괜찮은 음악을 들고 나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능력치를 고려해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을 전해주는 것 역시 사실인 것 같다.

우선 이 앨범은 철저히 존 레전드의, 존 레전드에 의한, 존 레전드를 위한 앨범이다.
더 루츠가 연주한 훵키한 비트에 존 레전드의 소울풀함이 한층 잘 곁들여졌지만, 냉정히 말해서 더루츠의 음악적 역량은 이 앨범에서 '단순 연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발휘되었을 뿐이다. 더루츠의 앨범에서 맛볼 수 있었던 블랙 쏟(Black Thought)만의 폭풍같은 랩은 이 앨범에서 비중이 그리 높지 않으며(블랙 쏟의 곡 참여를 피쳐링으로 표기해놓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존의 곡들을 재현하는데 열중했기 때문인지 더 루츠의 주축 멤버인 퀘스트러브(?uestlove)의 손때가 묻은 곡 역시 이 앨범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아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앨범은 '잘 만들어진 소울 앨범'임에 틀림 없다. 특히 커먼(Common)이 참여한Wake Up Everybody는 듣기 좋은 트랙이며, I Can't Write Left Handed는 나름의 소울풀하고 블루지한 느낌이 멋드러져서 11분이라는 긴 플레이타임이 결코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 트랙이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Shine 역시 존레전드 특유의 보이스가 돋보이는 곡이다. 또한 
Wholy Holy, Little Ghetto Boy와 같은 곡에서 알 수 있듯, 도니 헤더웨이(Donny Hethaway), 마빈 게이(Marvin Gaye) 등으로 대표되는  60, 70년대의 소울 곡들을 꽤나 잘 재현해낸 것은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따지지 말고 그냥 들어봐!

이번 앨범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이 앨범이 철저히 '리메이크'나 '재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리메이크'나 '재현'의 테두리 안에선 그를 행하는 뮤지션의 영향력 역시 줄어들기 마련인 법이다. 때문에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누구의 비중이 적고 컸는지를 굳이 따지지 않고 감상한다면, 이 앨범 역시 충분히 듣기 좋은 앨범임엔 틀림이 없다. 그러니 이들의 팬이라면, '따지지 말고, 그냥 듣기'가 한층 편안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작성일 : 2010. 10. 17

이글루스 가든 - 세상은 넓고 들을 음악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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