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3 21:08

스티비원더 내한공연 후기 공감각적환상

Stevie Wonder, Songs in the Key of Life

100810 Stevie In Seoul!

스티비는 딸 아이샤 모리스(Aisha Morris)가 태어나자 그의 부인 론디(Londie)에게 "Isn't she lovely?"라고 말을 건냈는데, 여기서 영감을 얻어 만든 Isn't She Lovely는 그의 가장 유명한 곡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딸의 탄생을 기뻐하는 스티비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의 행복감이 내게도 짜릿하게 와닿는 느낌이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Isn't She Lovely로 스티비의 음악을 처음 접했다. 실로 역사적인(!) 그 순간부터, 나는 스티비의 라이브를 직접 보는 광경을 막연하게 꿈꾸게 되었다.
리고 놀랍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그렇지만 너무 오랫동안 꿈꿔왔기 때문일까. 좀처럼 실감이 나질 않았다. 스티비가 한국에 내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티켓팅을 하고, 스티비의 수많은 명곡들을 다시 들어보고, 스티비의 공연을 실제로 보게되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은 내게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마침내 공연 당일. 스티비의 소울 스피릿(!)에 하늘도 미리부터 감동을 받으셨는지 억수같은 비를 내려주었다.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붐볐을 공연장 앞은 스티비가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인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수많은 우산들로 초만원 상태에 이르렀고, 결국엔 공연이 약 30분 정도 지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연이 시작하길 기다리며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그때 바로 우리 앞에 브라운아이드소울이 지나갔다. 같이 간 동생이 '정엽형'을 부르며 인사했는데, 그리하여 그 복잡한 상황에서 정엽과 눈까지 마주친, 의미있는 만남(!)이  즉석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객석에 자리잡고 공연장 상황이 진정되자, 이윽고 공연장의 불이 꺼졌고 스티비가 My Eyes Don't Cry의 훵키한 전주 부분을 키보드로 연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공연의 막이 오르고...
실로 명성에 걸맞는 공연이었다고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의 노래와 연주에 공연장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춤을 췄고, 공연이 끝나고 스티비와 모든 세션이 자리를 비울 때까지도 박수와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스티비의 천재성은 그가 피아노는 물론, 오르간, 하모니카, 기타, 베이스, 드럼, 콩가까지ㅡ7가지의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그의 훵키한 악기 연주는 모든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특히나 그가 하모니카를 신나게 불어제끼거나, 공연장에 드러누운 채 키보드를 연주하거나, 등 뒤로 키보드를 넘겨서 연주(!)하는 등의 기행을 행할 때마다 사람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의 노래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 내내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절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공연이 이루어진 120분동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쉴새없이 명곡들을 불러제끼는 스티비는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쥬크박스' 그 자체였다. 그가 Lately나, Visions 등의 차분한 곡을 부를 땐 모두가 찬찬히 손을 흔들며 호응했는데, 특히나 I Never Dreamed You'd Leave In Summer를 부를 때의 스티비의 감성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또 Master BlasterDon't You Worry 'Bout Thing, Sir Duke, Superstition과 같은 훵키하고 신나는 곡을 부를 땐 모두가 일어나 따라부르며 춤을 추었다. 특히나 만인의 명곡 Isn't She Lovely를 부를 땐, 전주 부분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람들의 박수 갈채가 이뤄져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한편 스티비는 모든 사람들의 생일이 1년에 한 번씩은 있을 거라며 Happy Birthday를 불러주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압도하는 무대 위 카리스마는 그가 왜 세계적인 뮤지션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었다.

이토록 완벽한 공연을 보여준 스티비에게 일부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다른 공연에서의 레퍼토리와 비교적 다른 레퍼토리를 취해 일부 명곡이 빠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지금까지 봐오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스티비를 볼 수 있어서 색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그 유명한 Overjoyed라든가, Ribbon In The Sky 같은 명곡이 빠진 것, 그리고I Wish와 같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훵키하고 신나는 곡이 빠진 것은 팬으로서 여전히 아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재밌었던 일은 스티비가 제이지(Jay-z)의 Empire state of Mind의 후렴구를 같이 부를 것을 제안했는데, 언어의 장벽 때문인지 노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사를 알고 있더라도,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의 고음을 누가 따라부를 수 있을 것인지... 결국 스티비가
"OK, OK.."라며 급하게 마무리 지으며 다음 곡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의 전도사, 스티비

마지막 곡인 Another Star를 끝으로 공연은 성황리에 마쳤다. 내가 스티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의 노래마다 흘러넘치는 사랑과 긍정의 에너지 때문이다. 그것은 공연장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공연 내내 관객석에 "사랑합니다"라든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했고, 특히나 Visions를 부르기 전에는 공연장의 불을 끄고 평화와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음악의 힘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럴 때 깨닫곤 한다. 그 어떤 말로도 진심을 전달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는데, 음악 속에 내포된 의미나 상징은 진정성이라는 크나큰 힘을 지닌채 전달되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스티비가 "사랑합니다"를 가사로 노래를 부르자 그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나이 60세, 스티비는 이번 공연에서 그의 음악적 에너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라는 현대카드의 광고 문구는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랑합니다"라며 노래를 부르던 그의 모습은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작성일 : 2010. 8. 11

이글루스 가든 - 세상은 넓고 들을 음악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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